뼈 빠지게 일해도… 10가구 중 6가구가 적자살림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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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에 우는 서민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저소득층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 등 생필품 구입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돼 이자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 정부의 가계부채 경감대책도 저소득층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지출 증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소득 하위 20%(1분위) 가정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비율은 62.0%였다. 10가구 가운데 6가구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는 말이다. 1분위 가구의 적자 비율은 지난해 4분기 59.6%보다 2.4% 증가해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경기 회복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가구가 늘어난 것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지출이 늘었고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상승이 식료품과 석유제품 등 생활필수품에 집중되면서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가중됐다. 1분기에 식료품, 비주류 음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격이 9.9% 상승했고 가정용품은 34.8%나 급등했다.

교육비 등 선택적 소비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면 관련 지출을 줄일 수도 있지만 생필품의 경우 가격이 올라도 지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부담은 더 커진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이 고소득층보다 높다는 사실은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한국가계의 소비지출 구조와 물가' 보고서에서 "시기별로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품목이 달라 소득계층별 물가상승률 흐름도 상이한 모습"이라며 "2011년에는 저소득층의 물가상승률이 고소득층의 물가상승률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1분위의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4.9%인 반면, 5분위 계층(소득 최상위 20%)의 물가상승률은 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비주류음료 등 생활에 필수적인 소비품의 물가의 상승을 반영한 것이다.

연구소는 "1분위 계층의 식료품과 주거·수도·광열 부문 소비지출 비중은 약 36.5%를 보인 반면 소득 5분위 계층은 이 두 품목 지출 비중의 합이 19.6%에 불과했다"며 "원자재가격 및 공공요금 상승률이 인플레를 주도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저소득층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1분기 가정용품 무려 35% 가파른 상승
허리띠 졸라매도 더 쪼그라든 살림살이
금리 계속 올라 이자상환능력 최악
부채정책에 은행 문턱 더 높아져 '냉가슴'



■금리 인상도 가계 압박

물가 인상 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도 저소득층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 증가는 소득 상위 80%(2~5분위) 계층은 1.8~2.6%에 그치지만 소득 하위 20%(1분위) 계층은 가처분소득의 5.8%에 달한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두 배 이상 크다는 이야기다.

사실 저소득층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자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분위 가계의 연소득 대비 대출액은 6.08배에 달했다. 이는 2분위(3.02배), 3분위(2.15배)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1분위 가계의 대출 연체율도 0.56%로 다른 소득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경기회복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5.4%로 크게 늘었지만 이자비용은 16.2%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계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2만3천 원으로 전년 1만8천 원보다 약 28% 증가했다. 이는 전체가구의 이자비용 증가율 16%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처럼 저소득층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부채상환 능력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계의 상환능력은 물가, 부동산경기, 금리 등의 영향을 받는데 이들 요인이 모두 상환능력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은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 갚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도 저소득층에 불리

정부는 가계부채가 800조 원을 넘어서며 위험 수위에 이르자 대출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것이 핵심. 그러나 이 같은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은 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안그래도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데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경우 이자율이 높은 비은행권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 최근 '가계 이자상환부담률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비은행권이 큰 비중을 차지해 가계부채가 고비용구조로 전환됐다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10년 가계대출 증가액 54조 원 가운데 예금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40.7%로 전년도의 48.0%에 비해 크게 낮아진 반면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여신전문기관 등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격히 높아졌다.

특히 예금은행이 주택대출(주택담보대출 포함)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늘림에 따라 담보대출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몰리면서 비은행권 고금리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다.

연구원은 "은행권의 예대율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을 늘려 가계부채 구조의 고비용화를 가져와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경제연구소도 "소득이 감소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체감경기가 나빠질수록 이자율이 높은 신용카드 대출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 경우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금융비용이 가중돼 가계부실과 신용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과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대책이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이 서민들의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담가중에 대한 대책보다 우선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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